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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집필을 멈추게 하는 이유

📑 목차

    글을 쓰려고 앉아 있는 시간보다

    글을 쓰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시간이 더 길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노트를 열고, 파일을 띄우고, 커서를 앞에 두지만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을 쓸지 몰라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이미 쓸 말이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지금 이 문장이 충분히 괜찮은지 이 상태로 써도 되는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이 질문들이 글을 쓰기도 전에 먼저 올라온다. 이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좀 더 잘 써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은 성실함처럼 보이고, 책임감처럼 들린다.
    하지만 집필에서는 이 마음이 가장 자주, 가장 오래 글을 멈추게 만든다.

    잘 쓰려는 태도는 글을 밀어주는 힘이 아니라 글을 통과시키지 않는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집필의 흐름을 막는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집필을 멈추게 하는 이유

    1.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은 집필의 순서를 뒤집는다

    집필에는 원래 자연스러운 순서가 있다.

    쓴다 → 쌓인다 → 나중에 다듬는다

    하지만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은 이 순서를 거꾸로 만든다.

    지금 이 문장이 괜찮은지 판단하고 전체 글의 수준에 맞는지 가늠하고 이 글을 계속 써도 되는지 결정한 다음에야 쓰려고 한다.

    이 구조에서는 글이 나오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문장이 탈락한다.

    아직 쓰이지도 않은 문장이 이미 부족하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문제가 있는 것은 문장이 아니라 집필 전에 개입한 평가다.

    쓰는 행위는 통과시키는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집필은 통과가 아니라 심사가 된다.

     

    2.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은 ‘지금의 나’를 검열자로 만든다

    집필이 막히는 진짜 이유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지금의 내가 지금의 글을 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집필 중인 나는 기록자에 가깝다.
    떠오르는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는 역할이다.

    하지만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오면 역할이 바뀐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독자처럼 굴고, 미래의 편집자처럼 판단한다.

    이 문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이 논지가 약하지 않은지 이 글이 책이 될 수 있는지 이 질문들은 지금 답할 질문이 아니다.

    이 질문들이 들어오는 순간 집필은 멈춘다.
    왜냐하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글을 완성된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잘 쓰기’는 집필의 목표가 아니라 편집의 목표다

    많은 사람들이 집필과 편집을 같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쓰면서 동시에 고치고, 고치면서 동시에 멈춘다.

    하지만 이 두 작업은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진다.

    집필은 늘리는 작업이고, 편집은 줄이는 작업이다.

    집필은 통과시키는 시간이고, 편집은 선택하는 시간이다.

    통과시키기도 전에 선택하려 들면 글은 앞으로 갈 수 없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이 잘 쓰기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은 고를 시간이 아니라 지나갈 시간이다.

     

    4. 잘 쓰려는 사람보다, 계속 쓰는 사람이 책을 만든다

    책을 완성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글을 잘 썼다는 점이 아니다.

    글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계속 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잘 쓰려는 사람은 자주 멈춘다.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멈추고, 방향이 흔들리면 멈추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멈춘다.

    계속 쓰는 사람은 이 모든 감각을 느끼면서도 일단 지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나간 글만이 나중에 다듬어질 수 있다.

    질은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초안 위에서만 생긴다.

     

    5.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실전 인식 7가지

    이 인식들은 글을 잘 쓰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글이 계속 쓰이게 만들기 위한 기준이다.

    • 지금 쓰는 문장은 독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
    • 오늘 쓴 글은 나중에 삭제되어도 역할을 다한 것이다
    • 어색한 문장은 실패가 아니라 재료다
    • 방향이 불안해도 문장은 지나갈 수 있다
    • 지금의 나는 작가가 아니라 기록자다
    • 판단은 나중의 내가 맡는다
    • 집필은 실력 증명이 아니라 물리적 통과다

    이 인식이 자리 잡으면 집필은 더 이상 잘해야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6. 47분 집중 집필 루틴이 ‘잘 쓰기 강박’을 무력화하는 방식

    47분 집중 집필 루틴은 잘 쓰지 말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잘 쓰기를 시도할 여지를 구조적으로 줄인다.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고, 끝은 항상 중간이며, 완성은 요구되지 않는다.

    이 안에서는 문장의 질을 고민할 틈보다 문장을 통과시키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그 결과 글은 평가 없이 쌓이고, 쌓인 글만이 다음 글을 부른다.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은

    집필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집필을 가장 먼저 멈추게 하는 기준이다.

    이 강박을 내려놓는 순간,
    글은 더 좋아지기 전에
    먼저 계속 쓰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집필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조건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