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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3. 다시 읽지 않아도 되는 47분 집중 루틴 집필법

📑 목차

    집필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글 자체보다

    글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무거워진다. 문장을 쓰고 있는 손보다, 이 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하는 머리가 앞서기 시작한다. 지금 쓰는 글이 충분한지, 이 방향이 맞는지, 나중에 다시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을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하지만 집필의 시간에 이 질문들이 등장하는 순간, 글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판단은 언제나 속도를 늦춘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이 전제하는 것은 잘 쓰는 법이 아니라, 판단 없이 통과하는 시간의 필요성이다. 이 글은 집필을 멈추게 만드는 시선에서 벗어나, 다시 쓰는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구조를 다룬다.

    책13. 다시 읽지 않아도 되는 집필법

    1. 집필을 멈추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은 ‘다시 읽기’다

    집필이 멈추는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자주 반복되는 행동 하나가 있다.

    바로 방금 쓴 문단을 다시 읽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확인처럼 보인다.
    문장이 크게 어색하지는 않은지, 흐름이 갑자기 끊기지는 않았는지 잠깐 점검하는 행동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다시 읽기는 집필을 가장 빠르게 멈추게 만드는 행동 중 하나다.

    왜냐하면 다시 읽는 순간 집필은 쓰는 상태에서 평가하는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지금 쓰고 있는 문장이 아니라 이미 써버린 문장을 기준으로 현재의 손과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집필이 어려운 이유는 쓸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쓴 것을 너무 자주, 너무 이른 시점에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2. 다시 읽는 순간 집필의 역할이 바뀐다

    집필의 역할은 단순하다. 문장을 앞으로 보내는 것이다. 지금 떠오른 생각을 지금의 언어로 남기고 다음 문장으로 이동하는 것, 그것이 집필의 전부다. 하지만 다시 읽기를 시작하는 순간 이 역할은 즉시 바뀐다.

    이 문장이 괜찮은지 앞 문단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독자가 읽기에 무리가 없는지 이 질문들이 떠오르는 순간 집필은 더 이상 전진이 아니라 검토가 된다. 문제는 검토가 나빠서가 아니다.

    검토는 집필의 다음 단계이지 집필과 동시에 수행해야 할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쓰면서 동시에 검토하려는 태도는 한 발은 앞으로 한 발은 뒤로 두고 계속 제자리에서 흔들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다시 읽기가 잦을수록 집필 시간은 눈에 띄게 짧아진다. 문장은 늘어나지 않고 멈춤의 횟수만 늘어난다.

     

    3. 47분 집중 집필 루틴은 ‘뒤돌아보지 않기’를 전제로 한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전제가 하나 있다.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루틴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무엇을 잘 썼는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무엇을 더 남길 수 있는지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끝은 항상 중간이며 정리나 완성은 요구되지 않는다.

    이 구조 안에서는 다시 읽을 이유 자체가 줄어든다. 이미 쓴 문장을 점검하는 시간보다 다음 문장을 통과시키는 시간이 훨씬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뒤돌아보지 않는 집필은  대충 쓰자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은 정확함보다 연결이 우선이라는 선언이다.

    지금의 역할은 문장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을 통과시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4. 다시 읽지 않을 때 문장은 오히려 살아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읽지 않을수록 문장은 더 오래 살아남는다.

    왜냐하면 문장이 완성되었는지 아닌지보다 그 문장 위에 다음 문장이 올라왔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읽지 않으면 어색한 문장도 남고 중복된 표현도 쌓이며 논지가 흐트러진 부분도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이 상태는 실패가 아니다. 이것은 집필이 계속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정리되지 않은 문장 위에 다음 생각이 올라오고 그 위에 또 다른 문장이 쌓일 때 비로소 글은 ‘덩어리’를 갖기 시작한다.

    덩어리가 생겨야 다듬을 수 있고, 쌓여야 선별도 가능해진다.

    고칠 수 있는 글은 언제나 끝까지 살아남은 글뿐이다.

     

    5. 다시 읽기 강박을 내려놓기 위한 실전 인식 7가지

    이 인식들은 집필의 질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대충 쓰고 넘기자는 조언도 아니다.

    집필을 더 오래, 더 자주, 그리고 중단 없이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기준이다.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좋은 문장을 증명하는 태도가 아니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 쓰는 문장은 초안도 아니다
    → 그냥 통과 문장이다
    → 목적은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다

     

    방금 쓴 문단은 보지 않아도 된다
    → 지금의 시선은 앞을 향해야 한다
    → 다음 문장이 집필을 살린다

     

    어색함은 지금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 지금은 문제를 수집하는 단계다
    → 해결은 집필 이후에 온다

     

    중복은 제거 대상이 아니라 신호다
    → 같은 생각이 반복된다는 것은
    → 아직 중요한 지점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장은 읽히기 전에 먼저 쌓여야 한다
    → 쌓이지 않으면 고칠 수도 없다
    → 고칠 수 없는 글은 언제나 적은 글이다

     

    다시 읽고 싶은 욕구는 멈춤 신호다
    → ‘확인’이 아니라 ‘불안’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 이때 필요한 행동은 점검이 아니라 전진이다

     

    집필 중에는 뒤를 보지 않는다
    → 방향은 쓰는 동안 보이지 않는다
    → 방향 정리는 집필 이후의 역할이다

     

    이 인식이 자리 잡으면 집필은 더 이상 다시 읽기 앞에서 속도를 잃지 않는다.

    확신이 없어도 문장은 앞으로 나아간다.

     

    6. 다시 읽지 않아도 집필은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 집필을 돌아보면 다시 읽기를 자주 했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신 눈에 띄는 것은 계속 앞으로만 나아간 흔적이다. 문장이 깔끔해서가 아니라 문장이 끊기지 않았기 때문에 집필은 끝까지 간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이 만드는 것은 잘 정리된 원고가 아니다. 문장이 멈추지 않는 구조다. 오늘 쓴 문장이 어색해 보여도 괜찮다.
    논지가 헐거워 보여도 괜찮다. 지금은 고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장 위로 다음 문장이 올라갈 수 있는 상태를 남겨두는 것이다.

    한 문장이 다음 문장을 부르고 그 흐름이 유지될 때 집필은 살아 있다. 집필은 문장을 다듬는 일이 아니라 문장이 끊기지 않게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끊기지 않은 집필만이 어느 순간 다시 읽을 가치가 생긴다. 그때 비로소 뒤를 돌아봐도 늦지 않다.

    지금은 앞으로 가는 것이 가장 정확한 선택이다.

     

    집필이 끝까지 이어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판단을 나중으로 미룰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 쓰는 문장이 충분한지, 이 글이 남을 가치가 있는지는 집필 중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 판단을 보류할 수 있을 때 글은 살아남는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은 집필을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통과의 시간으로 바꾼다. 오늘 남긴 문장이 완성에 가까운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문장 위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집필은 이미 지속되고 있다. 글은 잘 쓰였기 때문에 남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 있었기 때문에 결국 하나의 형태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