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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8. 47분 집중 집필을 멈추게 하는 것은 ‘계획을 세우려는 마음’이다

📑 목차

    집필이 막힐 때 사람들은 흔히 의지를 탓하거나 재능을 의심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집필을 멈추게 만드는 결정적인 순간은 따로 있다. 바로 쓰기 전에, 혹은 쓰다가 갑자기 “이걸 어떻게 구성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오는 지점이다. 이 순간 집필은 더 이상 쓰는 행위가 아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전체를 미리 설계하려는 시도로 바뀐다. 계획은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필의 시간 안에서는 오히려 손을 묶는다. 문장은 앞으로 가야 살아 있는데, 계획은 문장을 제자리에 세운다. 그래서 많은 집필이 시작은 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한다. 문제는 계획이 없어서가 아니라, 계획을 너무 이른 시점에 불러왔기 때문이다. 이 글은 집필을 살리기 위해 왜 ‘계획을 미루는 용기’가 필요한지, 그리고 47분 집중 집필 루틴이 어떻게 그 용기를 구조로 만들어주는지를 다룬다.

    책18. 47분 집중 집필을 멈추게 하는 것은 ‘계획을 세우려는 마음’이다

    1. 집필이 느려지는 순간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때다

    집필이 막히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비슷한 장면에 도달해 있다. 이 글은 몇 장으로 나뉘어야 할까 이 챕터는 앞에 와야 할까,  에 와야 할까 전체 흐름을 먼저 잡아야 하지 않을까 겉으로 보면 매우 성실한 태도다. 무책임하게 쓰지 않으려는 노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순간 집필은 쓰는 상태에서 설계하는 상태로 바뀐다. 설계는 필요하다. 책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집필의 시간은 아니다. 계획을 세우는 동안 문장은 앞으로 가지 않는다. 손은 멈추고 머리만 분주해진다.

    생각은 많아지지만 텍스트는 늘어나지 않는다. 집필이 어려운 이유는 쓸 내용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직 쓰이지도 않은 문장을 미리 제자리에 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문장은 자기 자리를 얻기 전에 먼저 살아 있어야 한다.

     

    2. ‘계획이 있어야 잘 쓸 수 있다’는 믿음의 함정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구조만 잡히면 그다음은 술술 써질 거야.”

    이 믿음은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집필 현장에서는 자주 반대로 작동한다. 구조는 집필을 풀어주는 열쇠가 아니라 기준을 만드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기준이 생기면 문장은 그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 이 문장은 이 장에 맞는가
    • 이 단락은 이 위치에 어울리는가
    • 이 흐름은 설계에서 벗어나지 않는가

    이 확인이 반복될수록 집필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처음에는 방향을 잡기 위해 세운 계획이 어느 순간부터는 방향을 지키느라 쓰지 못하게 만든다. 계획은 집필을 돕는 안전망이 아니라 집필을 멈추게 하는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집필 초반에 계획이 단단할수록 집필은 오히려 짧아진다. 아직 살아보지도 못한 글에게 너무 이른 규칙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3. 47분 집중 집필 루틴은 ‘무계획 전진’을 허용한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에는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다. 완성된 구조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은 짧고 끝은 항상 중간이며 전체 설계나 정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 구조 안에서는 지금 쓰는 문장이 어디에 들어갈지 몰라도 괜찮다. 이 문장이 책의 앞부분일지 중간일지 아예 사라질 문장일지조차 지금은 결정하지 않는다. 결정하지 않아도 실패가 아니다.  47분 동안 할 일은 하나다.
    지금 떠오른 문장을 앞으로 보내는 것. 이 루틴은 계획 없는 집필을 방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필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두는 방식이다. 지금은 올바른 구조보다 끊기지 않는 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명확한 선언이다.

     

    4. 계획 없이 쌓인 문장들이 구조를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구조는 계획에서 나오지 않는다. 충분히 쌓인 문장들 사이에서 뒤늦게 드러난다. 비슷한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표현으로 반복되고 같은 주제가 여러 장면에서 계속 튀어나올 때 그 반복은 실수가 아니라 신호가 된다.

    이 신호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묶이는 지점이 생긴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말한다. “아, 이 덩어리가 하나의 장이겠구나.”

    처음부터 나눈 장은 논리적으로는 깔끔하지만 집필이 진행되면서 쉽게 무너진다. 반대로 쌓이다가 생긴 구조는 이미 충분히 쓰였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집필 초반에는 계획보다 누적이 중요하다. 구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

     

    5. 계획 강박을 내려놓기 위한 실전 인식 7가지

    이 인식들은 대충 쓰기 위한 변명이 아니다. 집필을 끊지 않기 위한 현실적인 기준이다.

     

    지금은 구조를 정하지 않는다
    → 구조는 나중에 보인다

     

    지금 쓰는 문장은 위치가 없다
    → 위치는 편집의 일이다

     

    계획 없이 써도 괜찮다
    → 쌓이면 연결된다

     

    흐름이 튀어도 문제 아니다
    → 튀는 지점이 중심일 수 있다

     

    장 구분은 지금 필요 없다

    → 장은 결과다

     

    설계 욕구는 멈춤 신호다

    → 계속 쓰라는 신호다

     

    집필 중에는 배치하지 않는다

    → 배치는 다음 단계다

     

    이 인식이 자리 잡으면 집필은 계획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계획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는다.

     

    6. 계획하지 않아도 집필은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 집필을 보면 처음부터 잘 짜인 설계도가 있었던 경우는 드물다. 대신 계속 써 온 기록이 있다. 날짜가 남아 있고 중복된 문장이 있고 정리되지 않은 덩어리들이 있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이 만드는 것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다. 계획 없이도  앞으로 가는 구조다.  오늘 쓴 문장이  어디에 쓰일지 몰라도 괜찮다. 지금은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그 문장 위로 다음 문장이 올라갈 수 있는가다. 집필은 잘 계획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획을 미룬 채 끝까지 써낸 사람이 완주한다.

     

    집필을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잘 짜인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계획이 없어도 계속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둔 사람들이다. 어디에 들어갈지 모르는 문장을 쓰는 불안보다, 문장이 멈추는 상태를 더 위험하게 여긴다. 47분 집중 집필 루틴은 집필자를 똑똑하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계획은 나중에 와도 된다. 구조는 쌓인 뒤에야 보인다. 오늘 쓴 문장이 책의 어느 자리에 놓일지 모른다는 사실은 실패가 아니다.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집필은 설계도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문장이 멈추지 않게 시간을 연결하는 일이다. 계획을 내려놓고 쓴 문장만이 다음 문장을 부른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집필만이, 결국 자기만의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